사람들은 설중매만 좋아라 하고
봄에 핀 매화는 사랑치 않지
때가 되면 꽃은 늘 피어나는데
구태여 별다르게 가꾸려 드네
딴꽃보다 아무리 빨리 피어도
봄기운은 이미 돌아왔는 걸
그래도 사람들 제 향기 아니라며
부질없이 빨리 피길 재촉한다네
人愛雪中梅, 不愛春日開.인애설중매, 불애춘일개.
花則知其時, 人則異其栽. 화즉지기시, 인즉이기재.
早開頭百花, 春氣已自回.조개두백화, 춘기이자회.
人以非時香, 徒事羯鼓催.인이비시향, 도사갈고최.
- 이유원(李裕元, 1814-1888),〈비춘매(悲春梅)〉,《가오고략(嘉梧藁略)》
매화는 봄에 피는 것이 일반적인데 눈 속에 피어야 제멋인줄 알고 사람들은 빨리 피기를 재촉합니다. 그래서 분재를 하기도 하고 처마 밑으로 옮겨심기도 합니다. 요즘은 딸기가 겨울에 나고 봄이 되면 여름철 과일인 참외가 시장에 나옵니다. 딸기는 이제 더 이상 여름철 과일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선행학습이라는 이름으로 4학년 때 5학년 공부를 미리 해두어야 안심이 되고 명문대의 통로인 외고나 과학고를 가려면 초등학교 때 벌써 중학교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남보다 앞서야 인정을 받고 좋은 값을 받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옛 성현들은 공부의 정상적인 과정을 뛰어넘어 윗 단계로 올라가는 엽등(獵等)을 늘 경계하였습니다. 모든 것이 남을 이기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우리의 욕심과 조급함 때문에 제 시기에 해야 할 일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되짚어 볼 일입니다.
이 시는 고종때 영의정을 지낸 귤산 이유원이 말년에 거처하던 남양주 가오실의 임하려(林下廬)에서 지은 시입니다. 이유원은 매화를 사랑하여 집안에 일반 매화 뿐만 아니라 월사 이정구의 산소 앞에 자라는 홍매, 일명 월사매의 씨앗을 가져다 집에 심기도 했습니다.
옮긴이 최채기(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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