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그리 살다 가는 거지
한 세상 살다가
속절없이 가는 인생
업이니 숙명이니 탓하지 말게나.
아침에 핀다고 善한 꽃이요
저녁에 진다고 惡한 꽃이던가.
피고 지는 꽃들은 말이 없는데
입이 길어 귀에 걸려 하루를 사는 인생
마지막 가는 곳
울고 가도 그 자리요
웃고 가도 그 자리인데
괜시리 심각하게 살아갈 것 없다네.
가다가 힘이 들면 바위에 등 기대고
슬픔에 옷 젖으면 솔바람에 말려가며
얼룩진 마음의 때 강물에 헹구면서
괴로우면 괴로운 데로
기쁘면 기쁜 데로
그리 그리 살다 가는거지
뾰쪽한 답 있던가.
그래도 한 세상 살다 가는 길목인데
恨이 서린다면 고운 인연이란
추억 한 자락 묻어두고 가게나
축복이라면 그게 축복이지
무엇이 달리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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