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타르, 그리고 사라예보...
슬픈 곳들의 슬픈 이야기들을 하다보니, 마음이 조금 가라앉아서
신나는 일을 하나 생각해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Top 3에 들어가는... 떡볶이.
내 생애 가장 맛있고 아름다운 최고의 떡볶이는, 당연히 제천의 빨간오뎅이지만
('빨간오뎅'이라 불리는 오뎅도 팔고 빨간떡도 판다)
나는 홍대의 조폭떡볶이도 좋아하고(홍대에서 조폭떡볶이 모르면 간첩... ㅋ)
그리고... 대구의 중앙떡볶이도 좋아한다!!
친구와 함께 가는 곳, 대구 중앙떡볶이.
대구가 고향인 내 친구는, 나와 마찬가지로 떡볶이 킬러다.
우리 둘은 함께 학교를 다니며 신촌의 내노라 하는 모든 떡볶이집과 포장마차를 섭렵했고
때로는 원정을 다니기도 하였는데 신당동, 신천 등지를 떠돌며 떡볶이를 섭취하였다.
그리고, 각자의 생애 최고 떡볶이를 서로에게 전수해주기에 이르렀다.
나는 당연히 제천의 빨간오뎅을, 친구는 내게 대구의 중앙떡볶이를 전수해주었다.
그래서 친구는 나와 함께 제천에 갔고,
그래서 나는 친구와 함께 대구에 갔다.
참... 신나는 이야기다! ^^
현재... 포항의 모 고등학교에서 코밑 수염이 가무잡잡한 사내녀석들을 가르치는 친구.
물리적 거리가 멀어, 우리는 1년에 몇 번 만나지 못하는, 늘 애틋한 사이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나는 KTX를 탔다.
우리가 만나는 곳, 동대구역.
포항에서부터 나를 데리러 온 친구와 함께 콧노래 부르며 오래간만에 방문한 중앙떡볶이.
1년 전에도 찾아갔으나, 내부 공사중이어서 먹지 못했다는 슬픈 이야기.
대구에 갈 때마다 꼭 들르는 곳이고, 고향을 떠나 이제는 포항에서 살고 있는 친구도 대구에 갈 때마다 들르는 곳.
새단장을 마친 중앙떡볶이.
언제나처럼 철판에는 부글부글 떡볶이 국물이 끓어오르고
아주머니들께서는 언제나처럼 너무나 바쁘셨다.
이렇게 모두가 벽을 마주하고 앉아서 떡볶이를 먹는 구조.
새단장 하기 전보다, 조금 더 넓어지고 조금 더 깔끔해졌네.
중앙떡볶이에는 납작만두 라는 메뉴가 있다.
얇은 만두피안에 약간의 당면과 약간의 야채가 들어있는데,
기름에 지져서 떡볶이 국물에 묻혀 먹으면 완전 별미다.
납작만두와 떡볶이를 섞어서 1인분 주문하기.
굵은 쌀떡과 굵은 오뎅이 들어있다.
접시 하나에 1인분씩이 담겨서 나온다.
친구와 사이좋게 1인분씩 시키기.
1인분을 시켜서 둘이 나눠 먹지 않는다.
떡볶이니까... -_-;; ㅋㅋ
납작만두와 떡볶이 섞어 1인분 = 2,500원
그리고, 야채 한 점까지 깨끗하게 먹기.
절대 남기지 않기.
김밥을 시켜 저 국물에 찍어먹어도 맛있다.
아, 이를 어째...
갑자기 너무 먹고 싶어진다. ㅠ
저녁 식사를 마치고... 빗길 드라이브...
대구에서 포항까지 약 1시간.
친구네 신혼집에 가는 길이다.
친구, 내가 친구 흉보는 것도 아니고 말야...
자랑하는 건데 말야...
괜찮지? ^^*
친구가 나를 위해 이부자리를 준비해 놓은 방은,
멀리 포스코가 내려다보이는, 더불어 바다도 함께 보이는 훌륭한 전경을 갖고 있었다.
언제든 포항에 가면 내가 묵을 방이다...
곳곳이 개발 중인 동네였다.
친구가 내온 주전부리.
이 접시 세트를 자랑하고 싶었던 게지?
예뻐~ 매우 훌륭해~ ^^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의아해하더니, 싸이 미니홈피 같은 곳에 올리는 거냐면서,
새우깡도 콘칩도 포카칩도 자기가 오븐에 구운 거라고 말해 달라는...
어처구니없이 깜찍한 내 친구. ㅋㅋ
새우깡... 정말 추억의 군것질거리다, 그치?
우리가 X관이랑 로욜라 매점에서 아작낸 새우깡만 해도 몇 박스는 될 걸? ㅋㅋ
늦게까지 수다를 떨다 축구를 보다 새벽에 잠들었는데,
친구는 아침에 나를 깨우지 않고 출근을 했다.
마음껏 늦잠을 잔 나는, 일어나 집안을 어슬렁거리며 청소기도 한 번 돌리고 쌓인 설거지도 하고
먼지 앉은 곳 걸레질도 하면서 친구를 기다렸다...
(참 마음에 드는 가구들이었다. 키낮은 테이블도, 장식장도...)
친구를 기다리며 혼자 사진 찍기.
무척 탐났던 벽시계.
그래, 신혼집에 이런 벽시계 정도는 있어줘야지. ^^
여행을 다녀올 때, 단 한 번도 친구 몫의 선물을 잊어본 적이 없다.
특히 마그넷은, 내 것을 하나 사면 친구 것도 꼭 챙긴다는...
내가 선물한 마그넷을 죄다 냉장고에 붙여놓은 친구.
이 마그넷들을 보니, 여행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파리의 퐁피두에서, 암스테르담의 꽃시장에서, 반 고흐 뮤지엄에서, 스키폴 공항에서, 모스타르의 올드타운에서...
내가 이렇게 친구를 생각했구나......
이건 뭐지?
다시 보니 식기세척기인 것 같은데, 설거지해놓은 그릇들을 이 안에 욺겨야겠구나... 생각하며
식기세척기의 문을 열어본 나는... 빵- 터지고야 말았다.
이게 뭐야, 친구... ㅋㅋ
식기세척기 안에 조신하게 들어있는 것들은...
라, 면.
어떤 웹툰에서인가, 식기세척기 샀다가 라면이나 넣어놓았다, 라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내 친구가 그 웹툰을 실천하고 있을 줄이야.
친구는... 라면 끓여먹는 걸 무지 싫어한다.
특히 혼자서는 절대 라면을 안 끓여먹는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난 있잖아 친구... 내가 끓이면 라면이 너무 맛이 없어.
아무리 꼬들하게 끓여도 맛이 없어.
근데 남이 끓여주면, 라면이 불어도 맛있다. 참 이상하지?"
이렇단다... 정말 이상하다, 친구... ㅋㅋ
퇴근하고 돌아온 친구가... 밥을 차려주었다.
난 밖에 나가서 물회를 사줄 줄 알았는데, 집에 오자마자 쌀을 씻더니 밥을 하던 친구.
친구 어머니께서, 내가 온다고 반찬을 이것저것 챙겨서 보내주셨단다.
그래서 반드시 밥을 해먹여야 한단다. 밥을 안 해주면 어머니께 혼난단다.
내가 놀러갈 때마다 한정식집처럼 밥상을 차려주시던 친구의 어머니...
갑자기 뭉클함이......
(깻잎과 김치, 멸치볶음, 그리고 된장찌개와 골뱅이무침에 들어가있는 야채 등등이 어머니의 손길...
근데, 친구... 나, 물회도 먹고 싶어. 다음엔 한 끼는 밥 해주고, 한 끼는 물회 사주라. ㅋㅋ)
친구의 야심작, 골뱅이무침.
나는 친구가 해주는 골뱅이무침이 참 맛있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해달라고 한다.
비주얼은, 음... 내가 사진을 잘 못 찍어서 저렇게 나온 것임. ㅋㅋ
친구의 된장찌개.
맛있었어, 친구...
생선구이도 감동이었고, 특히 저 콩나물무침은 깜놀이었어.
친구, 정말 이젠 달인의 경지에 이른 게야?
콩나물무침을 해본 적 없는 나무에게, 고수의 요리... ㅋㅋ
(사실은... 무척 쉬운 요리라는데, 난 해 본 적 없으니 여전히 어렵게 느껴짐)
친구가 꼭 찍어달라고 부탁한 흑미밥.
밥도 찰지고 참 맛있었다.
친구의 정성이 가득했던 한상 차림.
배도 부르고, 마음도 부르다...
정작 당사자인 내 친구는 이 글을 읽지 못할 텐데...
(가장 친한 친구에게까지 블로그의 존재를 알리지 않은 나무.
부끄럽고 쑥스러워서...)
혹시, 몰래 들어와 읽는 것은 아니겠지? ㅋㅋ
한때는 하루에 15시간 이상을 함께 했던 내 친구.
내게 보물같고 재산같은 친구.
친구를 생각하는 오늘은, 참 행복한 날이다.
야자(야간자율학습) 감독이랬는데, 이따 시간 맞춰 전화나 해봐야겠다.
오늘의 신나는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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